척박한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극적인 이야기 시리즈 7편입니다.

케레이트에서 돌아온 테무진은 동생 카사르와 벨구테이를 자무카에게 보내 도움을 청합니다. 자무카는 테무진이 부인을 약탈당했다는 말을 듣고 “테무진 안다의 침대가 비게 되어 가슴이 찢어지고 간이 아프다. 메르키드를 섬멸하고 버르테 카툰(귀족 여성이나 왕후를 뜻하는 몽골말)을 찾아 구해오자.”며, 오논강 상류에서 옹칸군대와 합류하자고 제의하죠.

카사르와 벨구테이가 돌아와 자무카의 말을 테무진에게 전하고, 테무진은 다시 옹칸에게 전합니다. 옹칸은 곧 2만의 군사를 이끌고 출전하죠.

그리고 테무진은 옹칸에게서 식량, 물자를 지원받아 부르칸칼둔산의 남쪽으로 이동해 병사들을 뽑아 옹칸의 지원병과 합쳐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군대를 편성합니다. 대상은 주로 자신이 속한 키야트씨족들을 설득하거나 소속이 없는 낭인무리들이었습니다. 

여기서 잠시 몽골고원의 유목민들에게 전쟁이 어떤 의미였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기회이자 사업이었습니다. 전리품과 약탈물이-사람도 포함됨- 자기 것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그들은 전쟁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전쟁이 곧 먹고 사는 경제활동이니까요. 자무카의 2만 군사도 절반만 직속부대고 나머지는 키야트씨족 등 다른 데서 뽑은 병사들이었죠. 그 점에서 유목민들은 프로페셔널 킬러들입니다. 농경정착민과 다르죠. 그런 사람들이 조직화되면 정착민이 당할 수가 없는 것이죠.

아무튼 테무진도 군단을 갖추게 되죠. 대략 천명 수준은 되지 않았을까 추정됩니다. 그리고 며칠 기다려 옹칸군과 합류해 약속지점에 도착합니다. 자무카는 3일 전에 이미 도착해 있었죠. 옹칸과 테무진늦게 도착한 것이라, 자무카가 옹칸에게 따지고 옹칸이 사과하죠.

메르키드는 이런 움직임을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테무진의 존재를 무시한데다, 옹칸과 자무카의 연합작전은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지요. 만약에 대비해서 만여 명의 군사를 자신들의 노토크 남쪽 지점인 킬코강 유역에 배치한 게 전부였지요.

메르키드부족이 사는 곳은 바이칼 호수의 남쪽 삼림지역 이었습니다. 전나무와 낙엽송들이 빽빽하게 솟아있고 시베리아 호랑이와 곰, 늑대 같은 야생동물들이 들끓고 있었죠. 그래서 생활양태가 몽골고원의 다른 부족들과 조금 달랐습니다.

주업이 유목이 아니라 사냥과 물고기 잡이였고, 집도 겔보다는 끝이 뾰족한 원추형 막사를 짓고 살았습니다. 또 철광석이 풍부해 대부분 철을 수입하는 몽골부족과 달리 철제 무기를 자체 생산해 강력한 무력을 보유하고 있었지요. 족장 토크토아 베키는 이런 힘을 과신했고 분열을 일삼는 부족들이 연합하리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킬코강 유역에 도착한 연합군은 떼를 엮어 강을 건너 메르키드군을 전격적으로 기습합니다. 대비 없이 평화롭게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던 메르키드의 수비대는 기둥을 뽑힌 막사처럼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죠.

북쪽의 메르키드 본영에 있던 토크토아 베키는 이 소식을 듣고 소수의 사람들과 함께 바이칼 호수의 바르코진으로 도망쳐 피합니다. 

이렇게 족장이 꼬리를 감추자 메르키드는 재기불능 상태로 궤멸되고 테무진은 사랑하는 버르테를 찾습니다. 몽골비사의 장면을 보죠.

“군사들이 메르키드를 계속 추격하고 있을 때 테무진이 피난민들 속에서 ‘버르테! 버르테!’라고 울부짖으며 찾았다. 버르테는 도망치는 백성들 사이에서 소가 끄는 수레에 타고 있었는데 이 소리를 듣고 뛰어내려 달려왔다. 버르테와 코아그친 할머니 두 사람이 테무진의 고삐와 줄을 알아보고 움켜잡았다. 하늘에 달이 휘황하게 빛나고 있었다. 테무진은 이들을 보자마자 버르테임을 알고 서로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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