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박한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극적인 이야기 9편입니다.

칭기즈칸이 신부인 버르테를 약탈당했던 보르기 에르기에서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에 사아리 케에르라는 곳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다른 풀밭과 다를 바 없고 안내판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칭기즈칸이 살아있을 때 매우 좋아했던 던 장소였습니다.

칭기즈칸은 티베트의 탕쿠트족이 세운 서하를 정벌하다가 병사했는데, 자신의 유골을 사아리 케에르의 행궁으로 옮기라고 유언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영혼이 자신이 숭배하던 영원한 푸른 하늘(Everlasting Blue Sky)로 올라가게 해달라는 것이었죠.

그런데 칭기즈칸이 즉위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이곳에서 작은 사건이 하나 발생합니다. 자무카의 아우 타이자르가 칭기즈칸 측 사람의 말떼를 약탈한 것이었습니다. 말 주인이 추격하려는데 동료들은 자무카의 아우라며 나서지 않죠.

할 수 없이 주인이 혼자 쫓아가 밤에 자기의 말떼가 있는 곳에 이르렀습니다. 말 위에 엎드려 몸을 숨기고 타이자르의 등 뒤로 살며시 접근하죠. 그리고 화살로 쏴 죽이고 말떼를 찾아 옵니다.

당시 몽골에서 말 도둑 사건은 흔한 일이었습니다. 문제는 죽은 말 도둑이 자무카의 아우라는 것이었습니다. 자무카로서는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 주는 거죠. 도둑질은 잘못이지만 비무장인 사람을 뒤에서 쏜 것을 문제 삼아 3만 군사를 이끌고 칭기즈칸을 공격해 옵니다. 칭기즈칸도 같이 3만 군사로 맞서죠.

칭기즈칸과 자무카 두 벗이 서로 겨룬 이 전투는 몽골고원에 하나의 전환점이 됩니다. 그때까지는 서로 난립해 소규모로 치고받는 데 그쳤지만, 새롭게 떠오르는 두 별이 주변의 군소세력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대규모 정면대결을 벌이는 패권전쟁으로 틀이 바뀐 것이죠.

전장은 달란 발주트였습니다. 여러 개의 사행천이 흐르고 있는 넓은 평원으로 멀리 높은 언덕과 산에 둘러싸여 있는 곳이죠.

자무카는 자다라트 씨족의 직속부대와 다른 씨족들의 연합군을 편성해 13개 방향으로 진격해 왔습니다. 칭기즈칸도 13개 군단으로 대결하죠. 피아간에 6만 군사가 드넓은 평원에서 마주 오는 기차처럼 맞부딪힌 것이죠.

얼마나 치열하고 숨막히는 순간이 많았겠습니까? 그러나 아쉽게도 전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는 기록이 없어 알 수가 없지만, 결과는 칭기즈칸이 패배했죠. 오논강의 제레네 협곡으로 도망합니다. 드넓은 개활지에서 싸우다 포위망을 간신히 뚫고 협곡까지 퇴각했으니까 병사들을 거의 잃었다고 봐야겠죠.

사실 칭기즈칸 군대는 자무카 측에서 빠져나온 병력이 많았잖아요? 원천적으로 자무카의 군세를 뛰어넘기는 어려웠겠죠. 또 칭기즈칸 군은 급조되었고 자무카 군은 수년 전부터 조직화 되었잖아요? 지휘자의 능력이 비슷하다면 이기기 어려울 수밖에 없었겠죠.

아무튼 자무카는 칭기즈칸을 더 추격하지 않고 회군합니다. 이긴 마당에 비좁은 협곡까지 쫓아들어 가는 위험을 감수할 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겠죠. 또 굳이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더라도 괴멸 수준의 패배를 당한 칭기즈칸이 재기는커녕 자기 목숨 보전도 힘들 것이다! 이런 생각도 없지 않았겠죠.

어디나 그렇지만 특히 초원에서는 전투 승패가 모든 것을 결정했습니다. 칸도 패하면 동료들에게 인정받을 수 없었죠. 대규모 집단을 뜻하는 '울루스' 라는 몽골말은 '국가' 로 번역하지만, 원래 '백성' 이라는 뜻입니다. 이동 유목사회에서는 국토와 국경선 개념이 없기 때문에 사람 머릿수와 가축의 수가 나라의 크기인 것이죠.

따라서 병사와 백성, 가축을 거의 잃고 도망한 칭기즈칸은 당시 초원의 상식으로 볼 때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포로가 되지 않더라도 배반당하거나, 멀리 쫓겨날 수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무카는 회군하면서 의외의 행동을 함. 사로잡았던 치노스씨족의 족장 머리를 잘라 말꼬리에 달랑달랑 매달고 가죠. 또 가마솥 70개에 물을 채운 다음 치노스씨족 노얀(귀족)들의 자식들을 발가벗겨 집어넣고 불을 지펴 끓여죽이죠. 

----------- 용랸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보다 자세한 자료는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