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인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17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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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은 불을 펴서 셋째 아들 어거데이의 목 상처를 지져 치료하고 마실 것을 주게 하면서 생각합니다.
 

‘카라 칼지트 전투에서 우리 선봉이 옹칸의 본대에 돌격할 때까지는 좋았는데, 그 후 정작 내 직속 본대는 고전했다. 전투가 계속됐으면 위험할 뻔했어. 

보오르초가 적의 말을 타고 겨우 탈출한 것을 보면 이 지역을 놈들이 장악했다는 말인데, 승기를 잡고도 왜 물러났을까? 하긴 적도 타격을 입었겠지. 일단 여기를 피해 다시 승부를 걸자.’
 

칭기즈칸은 옹칸이 진영을 옮긴 것을 확인하고, 군사들을 추슬러 조금 떨어져 있는 달란 네무르게스로 이동합니다.
 

그때 카다얀 달도르칸이라는 사람이 가족을 적진에 놔둔 채 칭기즈칸에게 와서 옹칸군의 내부 상황을 알려 줍니다. 셍굼이 뺨에 화살을 맞아 흥분한 옹칸을 아치크 시룬이 말려 군사를 잠시 물렸다는 기밀을 전해주죠.
 

칭기즈칸은 귀순자의 말을 듣고 적의 상황이 자신의 기대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공격해오지 않은 것은 타격을 입어서가 아니라 셍굼이 회복할 동안 잠시 멈춰 있던 것뿐이었죠. 

비로소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적이 움직이기 전에 달란 네무르게스에서 다시 동북쪽으로 이동합니다.

그런데 묘하죠. 전투에 패해도 이긴 쪽 전사들이 스스로 넘어와 정보를 알려주잖아요? 과거 달란 발주트 전투 후에도 주르체데이와 코일다르가 백성들을 다 데리고 귀순해 왔었잖아요?

세상에 운빨 좋은 사람은 아무도 못 당한다는 말이 있지만, 반복되면 실력이라고 봐야죠. 칭기즈칸에겐 적진에 있는 사람까지 끌어당기는 매력과 인덕이 있었나봅니다.

사실 칭기즈칸의 평생에서 가장 큰 우군은 적이거나 아무런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었습니다. 핵심 동지들도 대부분 그런 사람들이었고요. 

또 대업을 이룬 뒤에 토사구팽! 중국 한족의 역사에서 흔하죠? 그런 음습한 행태도 없었습니다. 은공을 확실하게 갚았죠.

그래서인지 칭기즈칸에게는 다른 영웅들과 달리 배신자가 드물었습니다. 오늘날 인간경영, 인재경영에서도 칭기즈칸은 주목할 사례죠.

패주할 때 초원의 칸들이 흔히 취하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부하들을 방패삼아 내세우고 자신과 가족들이 먼저 후퇴하는 것입니다. 

또는 귀한 물건들을 남겨 둬서 적이 그쪽에 눈을 돌리게도 했죠. 자신을 지키기 위해 백성이나 물자를 희생시키는 것이죠.

그러나 칭기즈칸은 반대로 행동했습니다. 과거 달란 발주트 패배 때처럼 부하들을 분산시켜 적절하게 도망할 수 있도록 했죠. 

보통 우리는 칭기즈칸을 군사적 천재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의 전술 재능은 자무카 등보다 별로 나을 것이 없었습니다.

타고난 천재라기보다 노력하는 천재, 숱한 시련을 거치며 단련된 천재였던 것입니다. 

특히 위기 앞에서 솔선수범해 자신을 던지는 자세-칭기즈칸의 황금성공법칙 2번째, 윤리죠- 이런 덕목은 자무카 등이 도저히 흉내 낼 수 없었던 것이죠.

그렇게 칭기즈칸이 이동하며 칼카강에 이르렀습니다. 오늘날 할하강으로, 몽골과 만주의 경계를 이루는 대싱안링 산맥에서 부이르 호수로 흘러들어가는 강이죠.

그때 병사 수를 세어보니 2600명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들을 다시 반으로 나누죠. 칼카강 물줄기를 사이에 두고 칭기즈칸은 서쪽을-옹칸군에 가까운 쪽이죠-, 나머지는 동쪽을 따라 나란히 갑니다. 

패해 쫓기는 신세니까 피눈물 나는 고난 길이죠. 배가 고파 사냥을 하면서 가죠. 유목민에게 사냥은 일상이어서 특별할 것은 없지만 2600명의 식량을 조달하는 것이 쉬운 일이겠습니까?

개별 사냥도 했지만 동물 떼를 몰아 둥글게 포위해 잡는 대규모 사냥도 했겠죠. 이 사냥법은 ‘네르제’라고 하는데, 전투에서 적을 포위 섬멸하는 기본적인 군사훈련이기도 하죠.

그때 코일다르는 창에 찔린 상처가 아물지 않아 칭기즈칸이 사냥금지를 권고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열정을 참지 못하고 사냥감을 쫓아다니다 상처가 도져 죽습니다. 

급한 패주 길이었지만 잠시 머물러 햇빛이 잘 비치는 강변 언덕에 뼈를 묻어줍니다.

----------- 용량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이나 관련 자료 등은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