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인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18편)입니다.

인류사에서 제국이라 부를 수 있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요? 그 전에 노파심에서 말씀드리는데, 제국과 제국주의는 다르죠? 이 점을 분명히 하겠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제국은 세계제국을 뜻합니다. 단지 나라가 크고 군사력이 강하다고 세계제국이 아닙니다. 세계제국은 강한 국력뿐만 아니라 세계시민, Cosmopolitan 적인 정신에 바탕을 둔 나라죠.

해얼이 보기에 그런 세계제국은 역사상 셋이 있었습니다. 로마, 칭기즈칸의 몽골, 오늘날의 미국이죠.

로마는 외국인도 시민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시민은 기본적으로 평등했고요. 그리고 8만km의 로마 가도로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를 거미줄처럼 연결했습니다. 이런 인프라와 개방성이 어우러져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는 로마에 의한 평화, Pax Romana를 실현했던 것이죠.

몽골은 로마보다 더 높은 수준의 세계제국이었습니다. 인종과 종교 차별이 없었고,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역참이라는 인프라로 연결해 자유무역을 보장했습니다. 위싱턴 포스트지가 지난 천년 동안 가장 위대한 인물로 칭기즈칸을 선정한 이유죠.

도대체 어떤 생각과 정신을 가졌었기에 인구 200만도 채 안 되던 변방 사람들이 그런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을까? 기적 같은 일이죠.

몽골은 미국의 독립선언문과 달리 자신의 건국정신과 정체성을 성문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창립자인 칭기즈칸의 정신과 정체성을 통해 몽골제국의 건국정신을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든 창립자가 방향성을 결정하잖아요? 첫 단추고 뿌리니까요.

세계사의 관점에서 볼 때 몽골제국 탄생의 방아쇠는 1203년 발주나 호수에서 당겨졌습니다. ‘발주나 맹약’이라고 부르는데, 여기서 몽골제국의 창립정신이 싹튼 것입니다. 사실 몽골비사에서 가장 극적이고 감동적인 장면이죠.

발주나 호수는 지난 17편에서 말씀드렸지만 몽골초원의 동쪽 끝 오지로 조금 더 가면 금나라 국경이었습니다. 연명할 식량과 마실만한 맑은 물이 귀한 곳이었죠. 오늘날 중국 내몽골의 후룬호 동쪽 작은 호수로 보고 있는데요, 지도에서 보면 호수라기보다 개울물 정도 같습니다.

그때 칭기즈칸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털터리였습니다. 평소 재물을 탐하지 않는데다가 퇴각 하면서 백성들을 약탈하지 않았거든요. 지금으로 치면 강제퇴직 당해 땡전 한 푼 없는 셈이었죠. 당시 초원의 상식으로는 사고나 병, 또는 굶어 죽기 십상이죠.

그런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칭기즈칸의 곁에 19명의 전사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순신장군에게 12척의 배가 남아있었다면 칭기즈칸에게는 19명의 전사가 있었던 것이죠.

그들은 당장 민생고가 급했음. 먹거리를 찾아 나섰는데, 억세게 운 나쁜 야생마 한 마리가 저만치 보였습니다. 재빨리 화살을 쏴 잡아 요리를 하죠.

그런데 그릇이 없고, 고기도 버리지 않고 아껴 먹어야 하잖아요?　누군가 아이디어를 냅니다. 구전되어 오던 고대의 조리법이었는데, 먼저 말의 가죽을 벗기고 고기를 자름. 다음에 말가죽으로 큰 주머니를 만들고, 그 안에 고기와 물을 넣습니다.

다음에 불을 때야 하는데, 가죽 주머니를 불에 올려놓을 수는 없잖아요? 대신 큰 돌멩이들을 빨갛게 달궈 가죽부대 안에 집어넣습니다. 그렇게 몇 시간을 놔둬 말고기가 푹 삶아지면 먹는 것이죠. 오늘날 허르헉으로 알려진 몽골의 전통음식이죠.

말은 몽골에서 귀한 동물입니다. 중요한 전투나 쿠릴타이를 앞두고 말을 제물로 바치고 그 고기를 먹었죠. 그런 신성한 존재가 나타나 배고픔을 일거에 해결해주니까, 하늘이 내린 길조로 받아들이는 것이죠. 몽골 전사들이 사기가 오르죠.

이제 고기를 잔뜩 먹었으니까 물을 마셔야 하는데, 발주나 호수의 물은 마침 비가 왔는지 흙탕물이었습니다. 20명이 호수 주위에 쭉 둘러서서 이걸 마셔야 되나? 망설이고 있죠.

--------- 용량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이나 상세 내용, 자료 등은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