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인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19편)입니다.

칭기즈칸이 카사르로 하여금 옹칸에게 사신을 보내도록 한 것은 이유가 있었습니다. 발주나 호수로 쫓겨 온지 반년 쯤 지나 재기할 때가 됐다고 본 것이죠.

칭기즈칸의 전술은 옹칸을 급습하는 거였습니다. 정상적인 전투로는 전력의 차이가 커서 승산이 없으니까요.

또 마침 그때 옹칸에 의탁해 있던 자무카와 알탄이 반역을 꾀하다가 탄로나 나이만으로 도망해 있었습니다. 맞수 자무카도 없으니 기회다 싶었던 것이죠.

먼저, 카사르가 옹칸에게 두 명의 사신을 보내 전한 말을 들어보죠.

“칸 아버지, 그동안 형을 찾아 초원의 구석구석을 헤맸습니다. 그리고 밤에는 나무뿌리를 베개 삼아 별을 보며 잤습니다.

그러나 형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더라고요. 아무래도 외국으로 떠났거나 죽은 것 같습니다.

이제 저에게 남은 것은 칸 아버지가 계신 곳에 있는 가족뿐입니다. 솔직히 그들이 걱정되고 그립습니다. 허락하시면 칸 아버지를 모시며 가족과 살고 싶습니다.

청을 받아주신다면 사람을 케를렌 강가 아르갈 게우기로 보내주십시오. 거기서 기다리겠습니다.”

옹칸은 군사 재능은 평범했지만 정치적 감각이 뛰어났습니다. 그래서 산전 수전 공중전 다 겪으며 그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그 말을 믿죠!

황금 장막을 세워 잔치를 벌이고, 이투르겐을 사신으로 보내 카사르를 데려오도록 합니다. 칭기즈칸이 사라졌고, 명사수인 동생까지 얻었으니까 몽골고원이 거의 자기 것이 됐다고 방심한 것이죠.

그러나 이때 칭기즈칸은 수만이 넘는 전사들을 이끌고 옹칸을 향해 진군해 오고 있었습니다. 칭기즈칸의 전술전개가 특히 발주나 맹약 이후에 놀랍게 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죠.

운동에너지 공식에서 에너지는 속도의 제곱만큼 늘어납니다. 질량보다 속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죠.

훗날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몽골군도 군사는 적었지만 상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더 많은 군사를 가진 강적들을 차례로 격파했었잖아요? 이때부터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죠.

카사르의 사신이 떠날 즈음에 이미 칭기즈칸은 초원에 흩어져 있던 너커르들에게 옹칸 공격계획을 알렸습니다. 불과 며칠 후 수천 명의 군사가 칭기즈칸 곁에 모이죠.

발주나 호수 구석에 죽은 듯 숨어 있던 칸이 부르자마자 땅에서 솟아난 듯 대규모의 전사들이 집결한다는 사실이 놀라운 일이죠.

아무리 칭기즈칸이 평소 정보망을 관리했다 하더라도 부하들의 신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죠.

또 카라 칼지트 전투에서 패했을 때 부하들이 안전하게 피신하도록 자신을 남겨두고 먼저 흩어지게 했었잖아요? 그때의 감동과 미안함, 이런 감정들도 크게 작용했겠죠.

진군로는 초원을 곧장 가로질러 옹칸이 있는 제지르 운두르로 가는 직선코스가 빠르고 편합니다. 발주나로 쫓겨 갈 때도 이 길이었는데 대략 거리가 800km쯤 되죠.

그러나 칭기즈칸은 북쪽의 멀고 험한 길로 우회합니다. 자신의 부족인 몽골족이 있는 곳인데, 그때는 칭기즈칸을 배반한 알탄이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알탄이 자무카와 함께 나이만으로 도망하는 바람에 경계가 소홀했거든요.

이렇게 칭기즈칸이 진군하는 동안 몽골부족과 다른 여러 부족에서 전사들이 계속 모여듭니다. 중간 거점인 아르갈 게우기에 도착했을 때는 군세가 수만으로 불어나죠.

이때 이투르겐은 카사르가 보낸 두 명의 사신과 함께 아르갈 게우기로 오고 있었습니다. 카사르를 데려가기 위해서였죠.

그런데 도착해 보니까, 카사르가 고개를 빼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대군이 살기등등하게 쫙 깔려 있거든요.

이투르겐이 말머리를 돌려 도망치다가 잡혀서 칭기즈칸에게 끌려오죠. 칭기즈칸은 평소 이투르겐과 관계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살려 보낼 수는 없잖아요?

곤란한 칭기즈칸이 “카사르에게 데리고 가라.”고 하죠. 그러나 카사르는 이것저것 생각하는 성격이 아니죠. 곧 바로 목을 잘라 버립니다.

이어서 카사르의 사신 둘이 칭기즈칸에게 옹칸진영의 상황을 보고합니다. 

“옹칸은 우리가 공격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 방비는커녕 자만해서 황금 장막을 세워 잔치판을 벌이고 있다. 빨리 기습해 공격하자.”

---------- 용량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관련 자료 등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