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조선은 철저한 신분사회였습니다. 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라는 견고한 신분제도의 틀 안에서 운영되었죠.

지배계층은 양반-사대부-인데, 넓게 보면 기술직 관리나 지방의 향리 같은 중인까지 포함할 수 있죠. 이들이 나라의 의사결정권자들이었던 것이죠.

그러나 실제 조선이 먹고 사는 물자를 생산, 유통하는 사람들은 상민이었습니다. 농업이나 상업에 종사했으니까요.

결국 이들이 서로 얽혀서 518년 동안, 대한제국 이전까지로 보면 505년 동안 나라의 운명을 좌우했던 것이죠.

그래서 양반과 상민을 아는 것이 결국 조선을 제대로 아는 것이 됩니다. 실제로 그들이 어떻게 먹고 입고 생각하며 살았는지 외국 선교사의 눈을 통해 들여다보겠습니다.

1888년 12월에 푸른 눈의 젊은이가 태평양을 건너와 부산항에 내렸습니다. 이름은 James. S. Gale, 25살로 캐나다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이듬해 선교사로 온 것이었죠.

그 후 그는 두 번째 부인의 고향인 영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36년 동안을 조선에서 생활합니다. 처음 10년은 평신도 신분으로, 나중에는 연동교회 초대 담임목사로 활동하죠.

그러면서 ‘조선, 그 마지막 10년의 기록’이라는 책을 썼는데요. 1897년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기 전 마지막 10년 동안의 기록이죠. 영어 원판은 ‘Korean Sketches’고요.

내용을 보기 전에 먼저 게일을 소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그가 전하는 조선의 실상이 얼마나 사실에 얼마나 가까울 지 판단하실 수 있겠죠.

그는 우리말에 능통해 조선 사람보다 조선을 더 잘 알았고, 이 땅의 사람들을 따듯한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당시 서양인들은 대부분 정동에 모여 살았습니다. 그러나 게일은 다른 곳에서 이 땅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사랑방에서 한학을 공부했다고 합니다. 한반도와 만주, 일본을 두루 여행하기도 하고요.

성경을 한글로 번역하고, ‘하나님’이란 말도 그가 기독교의 ‘God’을 번역하면서 처음 썼다고 하죠.

우리나라 최초의 한영사전을 출간하고,

구운몽과 춘향전, 심청전 같은 문학작품과 전문 사료인 동국통감까지 영어로 번역해 외국에 소개했습니다.

동국통감은 우리도 어려운 책이잖아요? 한문에도 조예가 깊었던 모양입니다.

또 영국 작가 존 버니언(John Bunyan)의 ‘The Philgrim’s Progress’를 ‘천로역정’으로 출간했습니다. 우리나라 제1호 영문 번역서인데, 예수가 삿갓을 쓰고 있죠^^.

교제 폭도 다양했습니다.

고종의 고문이었고, 아들 위화군과는 친구였습니다. 이범진, 이상재 등 개화 인물들과도 교분이 밀 접했고요. 또 대원군을 만나고, 이승만 대통령의 미국 유학 추천장을 써주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단순한 선교사가 아니라 한국학 학자였던 것입니다. 겉모습은 외국인이었지만, 사실상 조선인으로 봐도 무리가 없죠. 그의 얘기가 사실에 가깝다고 추정할 수 있는 거죠.

먼저 상민부터 볼 텐데, 해얼은 상민을 상놈으로 표현하겠습니다.

욕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 그들의 처우를 고려할 때 그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아 책의 표현대로 쓰는 것이니까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게일에 따르면 그들은 거의 씻지 않고, 갈아입을 옷도 없습니다. 아무 음식이나 먹고 길을 가다가 밤이 되면 그냥 길에서 자죠.

죽으면 장례도 아주 소박하고요. 고행과도 같은 울퉁불퉁한 삶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그런 삶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였답니다. 일상에서 결코 격동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죠.

누가 국수 한 그릇을 준다고 하지 않는 한 무덤덤합니다. 햇볕이 따갑게 내리쫴도, 파리 떼가 붙어도, 발밑에 썩은 물이 흘러도, 개의치 않고 쭈그려 앉아있거나 입을 짝 벌리고 잠을 잡니다.

그러다가 상쾌하게 일어나서 긴 담뱃대를 빼 물고 즐거워하죠.

한 번은 성질 급한 외국인이 시중들던 상놈들을 쭉 세워 놓고 하나하나 발로 차는 것을 보았는데요. 물론 누비바지를 입어 새의 깃털처럼 충격을 흡수하기 때문에 실제 타격은 없죠.

그러나 자기들끼리 “이놈 자식 망나니여.” 욕을 하면서 외국인에게 절을 합니다.

그들에게 종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조상을 모시는 것과 관리들을 증오하는 것, 2가지였다고 합니다.

좋은 일이 생기면 조상님 은덕, 나쁜 일은 관리들이 썩어서 그렇다! 이렇게들 생각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왕에 대한 충성심은 대단했던 모양에요. 

-------- 용량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관련 자료는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