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조선은 무너지고 있었습니다. 밖으로는 나라가 외세에 찢기고 안으로는 백성들이 위정자들에게 착취당하고 있었죠.

그러다가 1910년, ‘한일병합조약’에 따라 518년 만에 문을 닫습니다. 그런데 그 전 1897년에 나라이름을 대한제국으로 바꿨잖아요? 그러니까 실제 조선 국호가 유지된 기간은 505년이죠.

‘이 대로는 안 되겠다. 뭔가 새로워져야겠다.’는 생존의 몸부림으로 대한제국을 선포했지만 이미 기울어진 대세를 돌리기가 어려웠던 것이죠.

동학혁명, 청일전쟁, 명성황후 시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고종이 피신한 아관파천!, 러일전쟁, 이런 대사건들이 숨 쉴 틈 없이 연타로 몰아친 것이죠.

바람 앞의 등불 같던 그때, 조선이 어떤 모습이었고, 또 조상들은 어떻게 살고 있었을까요?

이 땅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36년 동안 살았던 외국 선교사의 기록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가급적 제 생각을 배제하고 그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가 보죠.

1888년 12월 25살의 캐나다 청년 James. S. Gale이 부산항에 도착했습니다. 배로 제물포를 경유해 한양으로 갈 예정이었죠. 게일에 관해서는 지난 영상에서 자세히 소개드렸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배가 잠시 쉬는 사이 게일이 육지에 내립니다. 저만치서 갓을 쓰고 옷을 잘 차려입은 한 무리의 조선인들이 돌부처처럼 움직이지도 않고 서서 낯선 이방인을 지켜보고 있죠.

게일이 5리쯤 떨어져 있다는 마을을 둘러보려고 걸음을 옮기자 그들이 뒤를 따라 옵니다. 대부분 눈병을 앓는 듯했고 곰보였죠. 따라 오는 개들도 죄다 옴에 걸려 있었습니다.

게일은 이들로부터 얼른 벗어나고 싶어 마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다시 배에 올라탑니다.

지석영이 충주에서 종두법을 처음 실시한 것이 그때보다 8년 전인 1879년이니까, 당시 조선에 천연두가 퍼져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부산에서 제물포까지는 연안항로죠. 항로가 일부만 측량되어 있고 조그마한 불빛도 없어 암초에 부딪힐까봐 불안했다고 합니다.

한양에 들어온 게일은 신비로운 곳에 왔다는 생각에 흥분합니다. 그러나 곧 온 사방에 시체가 널려 있는 것을 보게 됩니다. 시신을 자리에 둘둘 말아 햇볕 아래에 방치해 놓았다는군요. 무섭고 썩는 냄새에 토할 것 같아 당장 조선을 떠나고 싶었다고 하죠.

한번은 혜화문 밖을 걷다가 자리로 덮어둔 백여 구의 시체를 보고 조선 사람에게 물어봅니다.

“왜 땅에 묻지 않냐?”

그러니까 대답이

“못 묻는다. 먼저 묏자리를 쓸 명당을 찾아야 한다. 안 그러면 온 집안이 쑥대밭이 될 수 있다.”

허~ 도성에 시체가 널려 있었다? 조사해 보니까 조선시대에 임종과 매장까지 기간이 길었다고 합니다.

죽으면 곧 땅에 묻지 않고 한동안 시신을 안치했다가 장사지낸 것이죠. 이순신 장군도 전사하고 세 달이 지나 안장했으니까요. 아마 게일이 본 풍경은 그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조선 생활에 익숙해지자 게일은 방방곡곡을 직접 발로 누빕니다. 8년 동안 12번을 여행하는데, 그 중 압록강 여행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일행은 중국어를 할 줄 아는 양반 서씨와 소년 금돌이(이 소년도 얼굴이 곰보였죠) 영국산 개 테리어, 그리고 짐을 가득 실은 조랑말 두 마리! 이렇게 걸어서 가는 것이죠.    

------ 용량 관계로 이만 줄입니다. 이어지는 내용과 관련 자료 등은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