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나라는 몽골제국입니다.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이라 불렸던 영국이나 소련보다도 넓었지요.

그 몽골제국의 창업자 칭기즈칸은 글자 그대로 역사의 변방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사람입니다.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장쾌한 이야기를 몽골비사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시리즈로 엮어볼까 합니다.

관련된 그림 자료나 보다 상세한 내용은 아래 붙임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몽골비사는 칭기즈칸의 후계자인 아들 어거데이가 편찬한 몽골의 역사서인데, 일리아드 오디세이처럼 서사시 형태로 쓰여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목민이 남긴 유일한 역사서로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매우 높은 기록이죠.

칭기즈칸! 무엇이 떠오르십니까? 대부분 전쟁과 정복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칭기즈칸은 단순히 전쟁만을 잘 한 정복자가 아닙니다. 오늘날 디지털노마드 시대에 필요한 지혜를 넘어서 영감을 주는 인물입니다.

그는 글이라곤 자기 이름 밖에 쓸 줄 몰랐습니다. 손자병법이나 유학의 사서오경, 종교 경전들을 배운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비전, 리더십, 지혜, 시스템적 사고, 인간력, 통찰력, 결단력, 진정성, 소통력, 인내심, 겸손함, 사생관.. 인간에게 요구되는 이런 모든 덕목을 두루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런 칭기즈칸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뭐라고 해야 할까요? 천년에 한명 나올까 말까한 천년의 영웅? 인간이 아닌 인간? 반인 반신? 아직도 이거다! 하는 적절한 표현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지금부터 저와 함께 칭기즈칸 탐사여행을 해보시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디지털시대에 여러분 자신과 우리나라에 유용한 힌트를 얻으시기를 소망합니다.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몽골고원의 지세부터 알아야 합니다.

우선 산맥에서 출발해보죠. 서쪽에 알타이 산맥. 이 산맥은 몽골과 중앙아시아의 경계를 이루는데, 우리가 꼭 기억해야 할 지역이죠. 한민족의 첫 번째 발상지거든요. 언어학에서 알타이어족이란 말도 여기서 나왔죠.

아프리카에서 출발한 사피엔스가 이곳에 도착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5만 년 전이었습니다. 그 후 중앙아시아와 몽골, 만주를 잇는 초원길의 중심이 되지요. 규모가 커서 남북길이가 2,000km, 가장 높은 산이 4500여 km에 달하고, 만년설과 빙하, 수많은 동식물 종이 서식해 풍광도 매우 아름다운 자연의 보고라고 합니다.

동쪽에는 대싱안링 산맥이 있습니다. 몽골과 만주의 경계를 짓는 산맥이죠. 그리고 몽골 바로 위쪽에 우리 민족의 2차 발상지인 바이칼 호수가 있습니다. 1만3천 년 전 빙하기가 끝나자, 바이칼 호수에 살던 사람들이 밑으로 내려오다가 이 산맥을 오가며 몽골이나 만주, 한반도로 들어온 것이죠.

그리고 몽골 영토 가운데에 힝가이 산맥과 헨티 산맥. 이 중 헨티 산맥이 칭기즈칸의 고향을 가로지르는 산맥이죠.

자, 이번에는 강을 볼까요.

먼저 헨티 산맥에서 발원하는 오논강. 칭기즈칸의 고향을 흐르는 강으로 어린 시절 칭기즈칸이 물장구치던 강이죠. 그 밑에 케를렌강. 몽골의 서울인 울란바타르 시내를 흐르는 툴강. 서쪽에 셀렝게강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강은 공통적으로 모두 북쪽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몽골이 지형이 높아서죠. 서울인 울란바타르만 해도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에 해당하는 수흐바타르 광장의 해발고도가 1299m로, 북한산이나 치악산보다도 높죠.

그런데 강이 왜 남쪽으로는 흐르지 않을까요? 고비사막이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죠. 이런 지형은 몽골의 역사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남쪽의 한족과는 접촉에 한계가 있었던 것이죠.

반면 동서의 거대산맥 사이에서 마치 빗물을 받는 그릇 같은 형세가 되어 북쪽의 강이나 산맥 사이 평원을 통해 바이칼호수 지역에서 1,2,3,4의 길을 따라 사람들이 흘러들어왔던 것이죠. 이것이 몽골족의 이동로고 한민족의 이동로이기도 한 것입니다.

몽골비사의 첫 머리, 제1절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칭기즈칸의 근원은 하늘에서 정해진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버르테 치조다. 그의 부인은 코아라 마랄이다. 텡기스호를 건너왔다. 오논강의 상원에 있는 부르칸칼둔산에 거주지를 정하고 생활했다. 그리고 이들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던 아들이 바타치칸이다.”

이 기록에 따르면 칭기즈칸의 시조인 버르테 치조(22대조 조상), 이 사람이 처음에 자리 잡았던 곳은 오논강이 발원하는 부르칸칼둔산의 기슭이었습니다. 지도의 빨간색 원 지역이죠. 참고로 부르칸칼둔산의 부르칸은 밝음을 뜻합니다. 말하자면 하늘의 빛이 지상에 내려오는 성스러운 산이라는 말이죠.

그런데 여기서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몽골인과 같은 이동 유목민들은(한민족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성스러운 산이나 강, 마을이 자신들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옮겨 다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이칼호수에 부르한바위가 있고 백두산의 옛 이름이 불함산이었던 것이죠.

아무튼 버르테 치조와 그 후손들은 이곳에서 대를 이어 살게 됩니다. 그러다가 11대 도본 메르겐에 와서 몽골 역사의 획을 긋는 중대한 사건이 일어나죠.

도본 메르겐의 형이 있었죠? 도와 소코르. 이 사람은 이마 가운데 눈이 하나 더 있었습니다. 그만큼 눈이 좋았다는 비유겠죠. 지금도 몽골인들의 시력이 평균 3.0이고 좋은 사람은 6.0도 있다고 하는데, 소코르는 그보다 더 좋았던 모양이죠. 매의 눈이라는 말이 있듯이 매의 시력이 9.0이거든요. 아마 거의 그쯤 되지 않았을까요?

어느 날 형제가 부르칸칼둔산 위로 올라갔습니다. 소코르가 산 위에서 살펴보니 냇가를 따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동해 오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고 동생에게 말합니다.

“저 사람들 가운데 검은 달구지에 앉아있는 한 아가씨가 매우 아름답다. 아직 시집을 가지 않았다면 너에게 주겠다.” 그러면서 도본 메르겐에게 직접 가서 그 여자를 보라고 합니다.

----- 본문 내용이 지정된 용량을 초과하였답니다. 불가피하게 이만 줄이고 이어지는 내용은 영상을 보시면 고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