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 척박한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20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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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기즈칸이 케레이트를 정복한 후 논공행상 1순위가 누구였을까요?

수행원만 데리고 옹칸에게 가던 칭기즈칸을 말린 멍리크, 수많은 전투에서 종횡무진하게 활약한 주르체데이.. 등을 우선 떠올릴 수 있겠죠.

그러나 칭기즈칸의 선택은 이들 측근이 아니었습니다. 칭기즈칸을 배신한 알탄의 말 사육사였던 바다이, 키실리크, 두 사람이었지요.

15편을 보신 분은 기억하시겠지만 이들이 옹칸의 습격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다면 칭기즈칸은 죽은 목숨이었잖아요?

칭기즈칸이 이들에게 내린 포상이 뭐였느냐? 우선, 옹칸의 황금 장막과 황금 술통, 잔들을 하나 건드리지 않고 관리자들까지 포함해 모두 하사합니다.

자신이 한두 개 가질 만도 한데, 그런 것 없죠. 또 말 사육사가 감히 칸의 것을? 이런 신분 계급 따지지 않는 겁니다. 오직 공적만 따져 화끈하게 주는 것이죠.

또 권위의 상징인 활과 화살을 늘 차고 칸의 연회에서 어터크(건배)하는 지위를 부여합니다. 그에 걸맞게 사람들과 재물까지 딸려주는 것은 물론이고요.

특히, 그런 특권과 부귀가 당대만이 아니라 자손 대대로 이어지도록 조치합니다. 칭기즈칸의 성공법칙 2번째가 윤리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은공을 확실하게 보답하는 것이죠.

통큰 리더십이죠. 이렇게 화끈하게 보상하니까 헌신적으로 충성하는 것이죠.

한편 나이만의 전초부대장 코리 수베치는 자기가 옹칸이라고 주장한 한 노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조정에 보고합니다.

여기서 잠시 나이만의 사정을 봐야겠는데요. 나이만은 투르크계로 기독교 분파인 네스토리우스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위치가 실크로드 옆이어서 외부문물을 접할 기회가 많았죠.

그러다보니 위구르 문자를 쓰고 백성과 군사도 많아 몽골고원의 부족 중 최강이었습니다. 그러나 국가리더십이 아킬레스건이었죠.

통치자인 타양칸이 이름은 대왕의 몽골 발음인 타양이었으나 정무에 관심이 없고 유약했습니다. 계모였던 구르베수가 내정을 장악하고 있었죠.

더구나 이 둘의 관계가 애매모호합니다. 몽골비사는 구르베수가 타양칸의 어머니라고 합니다. 그러나 신원사는 타양칸의 아버지 이난차칸의 젊은 카툰이었다가 타양칸의 카툰이 된 것으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해얼이 보기에 신원사의 기록이 좀 더 신빙성이 있는 것 같아 그에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수베치로부터 보고를 받은 구르베수는 그 목을 잘라 가져오도록 하죠. 확인해 보니 분명 옹칸이거든요? 흰 펠트 위에 머리를 놓고 제사를 올려줍니다.

그런데 그때 옹칸의 머리통이 웃는 것이었습니다. 적어도 타양칸은 그렇게 생각한 것이죠. 타양칸이 불길하다고 화를 내면서 그 머리를 발로 차 부숴 짓밟아버립니다.

칸이 죽은 이웃나라 칸의 머리통을 가지고 난리를 피우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죠. 선대 칸부터 활약했던 노장군 사브락이(그때는 늙어서 은퇴한 상태였지만) 타양칸에게 직언을 합니다.

“고인이 된 칸의 머리를 칼로 잘라오더니 이제 부숴버렸다. 어찌 그럴 수 있냐?

선대 칸이 살아계실 때 아들이 유약하다고 걱정했는데, 지금 구르베수 카툰이 백성을 다스리는 것은 가혹하기만 하다. 그런데도 사냥에 빠져 정무에는 1도 관심이 없다.”

이쯤 되면 대개 칸이 화를 내며 “저놈을 당장..” 이런 식으로 전개가 되잖아요? 그러나 타양칸도 사브락을 함부로 대하기는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대신 허세를 부리죠.

“동쪽에 한 줌도 안 되는 몽골족이 설치고 있는데, 하늘에 2개의 태양이 있을 수는 없다. 가서 몽골족을 잡아오자.”

잠자코 있던 구르베수가 장단을 맞춥니다.

“몽골족은 몸에서 냄새가 나고 옷도 더럽다. 사내들을 잡아오면 우리까지 더러워지니까 몇몇 여자들만 데리고 와 몸을 씻겨 소젖과 양젖을 짜게 하자.”

구르베수가 찬성하자 타양칸이 힘을 얻었던지 “무슨 말이 더 필요하냐. 당장 가서 놈들의 화살통을 뺏어오자.” 선언합니다.

백전노장인 사브락이 기가 막히죠. 간곡히 타이릅니다. “칸은 지금 말이 지나치다. 신중해야 한다.”

그러나 타양칸은 전쟁을 밀어붙이죠. 나이만과 혈통이 가까운 엉구트족에게 밀사를 보내 동맹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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