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 척박한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21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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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년의 나이만 정벌은 칭기즈칸에게 의미가 각별했습니다. 안다 자무카와의 우정과 경쟁에 매듭을 짓고, 몽골부족을 통합하는 전투였죠.

자신을 배신한 알탄과 코차르 베키는 사촌, 오촌 친족이고, 자무카도 몽골부의 방계니까요. 또 궁극적으로 몽골초원의 패권을 잡는 마지막 관문이었죠. 칭기즈칸과 기존질서 옹호세력 간의 최후대결인 셈이었죠.

첫 전투는 부르칸 칼둔산으로부터 서쪽으로 1000km쯤 떨어진 사아리 케에르 평원에서 벌어지는데요.

케를렌강과 툴강, 셀렝게강으로 통하는 길들이 만나는 요지로, 멀리 나지막한 산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수십 리 드넓은 초원이었죠.

산 위에서 나이만군의 척후가 칭기즈칸군의 척후가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죠. 서로 활을 쏘며 쫓고 쫓기는 전투를 벌입니다.

그러다가 칭기즈칸군 척후가 말 한필을 뺏기고 도망하죠. 그런데 그 말이 아주 야위어 있었습니다.

한편 칭기즈칸은 진군을 멈추고 작전을 논의합니다. 도다이 체르비가 전술을 제안하죠. 체르비는 칭기즈칸이 천호제를 도입할 때 만든 직책으로 장관에 해당하죠.

“우리는 군사도 적고 멀리 이동해 지쳐있다. 여기서 멈춰 전마들을 포식시키자. 타양칸은 겔에서 나와 본 적이 없는 약골이라 판단이 흐릴 것이다.

병사마다 다섯 군데 씩 불을 밝혀 수가 많은 것처럼 위장하자. 적이 머뭇거릴 테니 그 사이에 전마를 살찌우고 나서 나이만의 선봉을 뚫고 곧장 본군까지 공략하자.”

칭기즈칸이 그대로 시행하죠. 밤에 나이만의 척후가 산에서 칭기즈칸군의 진영을 살펴보니까 초원 가득히 불들이 피워져 있거든요. 타양칸에게 보고합니다.

“몽골의 병사들이 평원을 가득 메우고 있다. 별보다 많은 불들이 진영에서 타오르고 있다.” 물론 포획한 칭기즈칸군의 말도 같이 보내죠.

그때 타양칸은 캉가이산에 있었는데 적이 말은 야위었지만, 진영에 불빛이 많다는 보고를 받고 출병을 망설입니다. 맞서 싸우자는 아들 쿠출루크에게 전령을 보내죠.

일단 후퇴하고, 그 후에 적의 틈을 노려 공격하자는 것이었죠. 이것을 보고 코리 수베치가(옹칸의 목을 잘랐던 전초부대장 코베치와 동명이인 것 같은데요),

“당신의 아버지 이난차칸은 적에게 등을 보인 적이 없다. 눈앞의 적에 겁먹어 안절부절 못하니 차라리 구르베수 카툰이 지휘하는 게 낫겠다. 아! 사브락이 늙었다는 것이 한스럽다. 몽골족에 운세가 있구나!”

하면서 화살통을 버리고 후방으로 가버립니다.

지금까지 몽골비사는 등장인물의 자질을 쿨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나이만에 와서는 타양칸의 어리석음을 발가벗겨 전하고 있습니다. 반면 칭기즈칸군은 뒤에서 보겠지만 용맹함을 과장 묘사하고 있죠.

이것을 볼 때 실제 타양칸 등에게 그런 약점이 있기도 했겠지만 훗날 세계정복에서 큰 효과를 봤던 여론전, 선전전이 구사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타양칸도 자존심이 상했죠. “어차피 사람은 죽게 돼있다. 전쟁하자.” 군사를 이끌고 출동하죠.

그래서 칭기즈칸이 주둔하고 있던 사아리 케에르 평원의 차키르마우트 산 아래에서 십만여 명의 기병이 충돌하는 대회전이 벌어집니다. 회전은 양측이 운명을 걸고 ‘모’ 아니면 ‘도’ 식으로 한타 총력전을 펼치는 전투죠.

--------- 용량 관계로 이어지는 내용이나 관련 자료는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