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인 척박한 초원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과 몽골제국의 극적인 역사 시리즈(15편)입니다.

대규모 전투와 살육이 끝나고 1203년 몽골고원에 다시 새봄이 왔습니다. 연전연승한 칭기즈칸은 동부 몽골고원의 최강자가 되어, 서쪽의 나이만, 중앙의 케레이트와 함께 고원을 삼 분할하게 되었습니다. 몽골고원의 통일을 향해 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죠.

칭기즈칸은 버르테와의 사이에 4남 5녀를 두었습니다. 그때 장남인 주치는 21살 청년이었고, 장녀인 코진 베키는 13살 소녀였지요.

칭기즈칸은 옹칸 가문과 혼사를 추진합니다. 주치에게는 셍굼의 하나있는 여동생 차오르 베키, 코진 베키에게는 셍굼의 아들인 토사카, 이들을 짝 지워 주려고 옹칸에게 사람을 보내죠. 이중혼사지만, 당시 몽골에서는 흔한 일이었죠.

옹칸은 그 청혼을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러나 외아들 닐카 셍굼이 반대하죠. “칭기즈칸의 딸이 케레이트에 들어오면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지만, 우리 딸은 그 가문에 들어가면 남쪽 문가에 앉아 북쪽을 바라보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지요.

몽골사람들은 북쪽을 숭상하고 남쪽을 천시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겔 안에서도 북쪽이 주인과 귀빈석이고, 출입문이 있는 남쪽은 하인이나 문지기들의 자리였죠. 쉽게 말해 명분상으로 칭기즈칸이 옹칸의 제1승계권자인데, 그의 딸까지 시집오면 주인 노릇을 할 것이라는 우려였죠. 옹칸이 아들의 의견대로 혼사를 거절하죠.

자신의 호의가 거부되니까 칭기즈칸이 기분이 좋을 리 없죠. 옹칸의 거부는 “너는 어디까지나 나의 수하다. 수하가 감히 보스의 딸을 먼저 요구할 수 있느냐? 많이 컸네!“ 이런 뜻도 되거든요. 양가 사이에 거리가 벌어지고, 그 틈을 자무카가 비집고 들어오죠.

그때 자무카는 옹칸에게 몸을 의탁하고 있었습니다. 원래 옹칸과 자무카는 안다 사이로, 지난 12편 쿠이텐 전투에서 자무카가 패해 도망할 때 옹칸이 추격했었잖아요? 그때 투항해 옹칸의 특별 고문 역할을 하고 있었죠.

어느 날 자무카가 닐카 셍굼을 찾아옵니다. 알탄과 코차르 베키 등 과거 칭기즈칸과 한편이던 사람들도 동행했죠. 칭기즈칸이 부족, 귀족 중심의 초원 전통을 무시하자 이탈해 자신들의 쿠리엔-군사경제공동체-을 이끌고 자무카에게 넘어온 것이었죠.

자무카가 셍굼에게 말합니다. “테무진은 나이만과 밀약이 있고 지금도 사신을 주고받고 있다. 아직도 그를 믿느냐? 지금 그를 기습하지 않으면 나중에 반드시 변고가 일어날 것이다. 내가 돕겠다.”

그러자 알탄과 코차르 등이 장단을 맞추죠. “우리는 칭기즈칸과 같은 친족이지만, 그를 공격해 백성들을 뺐어오겠다. 그러면 그는 빈껍데기가 된다. 결심만 해라. 깊은 물속까지 당신과 같이 가겠다.”

닐카 셍굼이 그렇지 않아도 칭기즈칸이 눈에 가시인데 마다할 이유가 없죠. 옹칸에게 세 번 계속 사신을 보내 자무카와 알칸 등의 말을 전합니다. 그래도 옹칸이 듣지 않자 직접 가서 설득하죠.

“지금 아버지가 살아 있는데도 칭기즈칸은 우리를 함부로 대하고 있다. 아버지가 죽는다면 할아버지가 세운 이 나라를 누구에게 다스리게 할 것이냐?”

그러자 옹칸이 “나는 지금까지 테무진을 지팡이로 삼아 왔다. 그렇게 나쁜 생각을 하면 하늘이 가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들 이기는 부모가 없잖아요? 또 1인자가 2인자를 견제하는 투키디데스의 함정 심리도 작용했겠죠. 결국 옹칸이 “너희들이 그렇게 하겠다면 잘 해봐라.” 허락하죠.

셍굼은 옹칸을 통해 칭기즈칸에게 보올자르 음식을 먹으러 오라고 사신을 보냅니다. 보올자르란 약혼식 잔치를 말하는 것으로 차오르 베키와 주치의 약혼을 허락한다는 의미죠. 당시 몽골은 여자 쪽에서 약혼 날짜를 정하고, 예식도 여자 집에서 했음. 그러니까 옹칸의 초대는 자연스러운 일이어서 의심할 바가 없었던 것이죠.

칭기즈칸이 10명의 수행원을 데리고 룰루랄라~ 기분 좋게 케레이트로 갑니다. 여기서 잠깐, 한족과 같은 정착문화에서는 통상 왕 같은 사람은 대규모 인원을 이끌고 거창하게 움직이잖아요? 그러나 실용적인 유목민들은 칸도 목적에 맞게 이동이 간소하죠.

-------------- 용량 관계로 이어지는 내용이나 보다 상세한 자료는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