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변방에서 일어나 세계를 정복한 칭기즈칸 이야기 시리즈 6편입니다.

지난 5편에서 테무진은 길에서 만난 보오르추의 도움으로 도둑맞은 말 8필을 모두 찾아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칭기즈칸의 생애를 일관하는 특징 중의 하나가 위기를 맞을 때마다 그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켰다는 것입니다.

이때부터 그런 특징이 나타나기 시작하죠. 17살의 늠름한 청년이 되었고 도둑맞은 말을 되찾으면서 자신감도 붙었던 모양입니다. 인생을 주도적으로 개척하기 시작하죠.

우선 8년 전에 정혼한 옹기라트의 데이 세첸의 딸 버르테를 동생 벨구테이와 함께 찾으러 갑니다. 그런데 장인인 데이 세첸이 대단한 사람입니다. 그때 테무진은 가난하고 주변의 적으로부터 언제 공격받을지 모르는 처량한 신세잖아요? 딸 주기가 꺼려질 수 있는 상황이죠.

그러나 데이 세첸은 “타이치오트가 너를 없애려 한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했다”며 테무진을 반갑게 맞이해 혼인을 허락합니다. 고급스런 담비 털외투를 예물로 주고 장모인 초탄이 딸을 따라 테무진이 살고 있는 겔까지 왔다가 돌아가죠. 아무래도 딸이 걱정되었겠죠.

초탄이 돌아가자 테무진은 벨구테이를 보오르추에게 보내 동지가 되자며 불러오도록 합니다. 보오르추는 벨구테이를 만나자마자 아버지에게 말하지도 않고 테무진에게 달려오죠.

아버지에게 말하지도 않고 테무진에게 달려왔다! 해석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해얼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도둑맞은 말을 찾으려 테무진과 보오르추가 초원에서 며칠 밤낮을 같이 보낼 때 이미 둘은 장래의 꿈을 공유하지 않았겠습니까? 테무진이 몽골부족을 재건하겠다는 꿈을 말했을 것이고 보오르추가 호응했겠죠. 그리고 보오르추가 아버지에게 테무진이 연락해 오면 가겠다고 미리 얘기해놓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 추정일 것 같습니다.

그 후 테무진 일가는 다시 이동해 케를렌강 상류 지역인 보르기 에르기에 노토크(영지)를 정합니다. 이렇게 신변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테무진은 본격적으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기 시작합니다. 아버지 예수게이의 안다(절친, 의형제)인 케레이트 부족의 옹칸을 찾아가죠.

카사르, 벨구테이와 함께 세 형제가 가서 인사하고, “당신은 옛날 나의 아버지와 안다를 맺었으니 아버지와 같다. 처를 얻어서 예단을 드리려고 왔다.”며 버르테가 가져온 담비 털외투를 바치죠.

보통 몽골의 관습상 신부의 결혼 예물 중 가장 좋은 것이 신랑의 아버지에게 가는 선물이라고 합니다. 옹칸이 그 의미를 모를 리 없죠. 매우 기뻐하며 “검은 담비털 외투의 보답으로 사방으로 흩어진 너의 백성들을 모두 모아 주겠다.”고 말합니다.

케레이트 부족은 당시 몽골고원의 부족들 중 가장 강력한 부족이었습니다. 가구가 5만여, 인구가 25만 가량이나 되었죠. 그 칸이 테무진을 확실히 돕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일단 든든한 구명줄을 하나 마련해 놓은 것이죠.

그 후 테무진이 보르기 에르기로 돌아와 있는데,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오리양카이족 사람이 ‘젤메’라는 아들을 데리고 와서 말하죠. “당신이 태어날 때 나는 담비털 포대기를 예물로 주며 아들인 젤메도 주었다. 그러나 너무 어리다고 해서 도로 데리고 갔는데 이제 다 컸다. 드릴 테니 말안장을 얹거나 문지기를 시키시오.”하며 아들을 주고 갑니다.

젤메의 아버지는 대장장이로 미천한 신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족장인 예수게이가 테무진을 낳자 아들을 노예로 바치려 했던 것인데, 예수게이가 갑자기 죽어 그런 의무가 사라졌는데도 다시 데리고 온 것이었지요.

테무진은 그것이 고맙고 젤메가 나이도 비슷해 주종이라기보다 사실상 친구로 대했습니다. 훗날 많은 전쟁에서 칭기즈칸의 생명을 구하고 공을 세워 칭기즈칸의 4준4구 중 하나가 되죠. 또 나중에 합류한 동생 수부타이는 불패의 세계적 명장으로 칭기즈칸의 4준4구 중 최고의 장군으로 불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보르기 에르기의 테무진 일가도 제법 북적거리게 되었습니다. 남자 7, 여자 4, 도합 11명으로 제법 탄탄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죠.

그러나 아직 테무진의 고난은 끝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꿈에도 생각지 못한 불행이 닥치죠. 보르기 에르기란 지명은 ‘물안개 피는 언덕’이란 뜻입니다. 제가 가 봤는데, 새벽이면 이렇게 물안개가 피어올라 서정적이고 평화로운 모습을 한껏 자아내는 곳이죠. 물안개가 걷히면 맑은 물과 강물에 침식된 10여 미터쯤 되어 보이는 딱딱한 흙벽이 나타납니다. 이 언덕위로 올라가면 의외로 탁 트인 초원이 나타나는데, 바로 이곳에 당시 테무진의 노토크가 있었죠.

800여 년 전 어느 날 새벽 4~5시 무렵이었습니다. 테무진 일가가 겔에서 단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메르키드의 기마 전사 300여명이 고요한 하늘을 찢으며 들이닥칩니다. 그 긴박한 순간을 몽골비사에서 옮겨보죠.

------------ 나머지까지 마저 올리면 용량 문제로 에러가 나옵니다. 이후 내용이나 보다 상세한 내용, 자료들은 아래 영상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