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즈칸(Чингис хаан) 이야기 시리즈 3편입니다. 지난 2편에서 알랑 고아의 예언대로 금빛사내의 막내아들인 보돈차르의 후손인 카불칸(칭기즈칸의 증조할아버지)이, 최초로 몽골부족(당시 몽골고원에 살고 있던 여러 부족 중의 하나)의 칸이 되었습니다.

카불칸에게는 7명의 아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후계 칸 자리를 아들에게 주지 않고 사촌인 암바카이에게 주었습니다. 그 후 암바카이칸은 딸을 시집보내려 직접 딸을 데리고 타타르 부족에게 갔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타타르부족의 음모였지요. 암바카이칸은 타타르에게 붙잡혀 금나라로 끌려가 나무로 만든 당나귀 형틀에 못 박혀 죽임을 당합니다.

타타르가 왜 배신을 때렸을까요? 이유가 있었죠. 그 무렵 동아시아의 강자는 여진족(고구려 때 백성이던 말갈족의 후예)이 세운 금나라였습니다. 한족의 송을 중국 남부로 밀어내고 중원 정복을 노리고 있었죠.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배후의 몽골고원을 안정시켜야 했습니다. 또 금도 같은 유목민 출신이니까 몽골고원의 유목민들이 통일되면 그 힘이 무섭다는 것을 알고 분열정책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타르를 회유해 신흥세력인 몽골부족과 싸우도록 했던 것이죠.

몽골 비사에 그가 죽음을 앞두고 몽골에 있는 아들에게 전한 유언이 실려 있지요.

“내 말을 카불칸의 아들인 코톨라에게 전하라. 나는 타타르인에게 잡혔다. 너희들은 다섯 손가락의 손톱이 모두 닳아 없어질 때까지, 열 손가락이 모두 마모될 때까지 나의 원수를 갚아다오.“

아들에게 유언을 전하면서 동시에 카불칸의 셋째 아들인 코톨라에게 전하도록 한 것은 후계를 코톨라로 지명한 것이죠. 칸 자리를 자신의 아들이 아니라 자신에게 칸 위를 넘겨주었던 카불칸의 아들에게 다시 넘겨 준 것이지요. 우리나라 재벌가에서 LG가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죠.


코톨라는 거구로 괴력을 가진 용사였습니다. 3대 칸이 되어 타타르에게 복수전을 펼치는데, 출정에 앞서 텡그리(영원한 하늘이라는 뜻을 가진 몽골 말로 몽골을 지켜주는 절대 존재)에게 가호를 빕니다. 몽골비사에 전하는 장면을 보죠.

“코톨라를 칸으로 추대한 후 몽골인들은 신목 주위를 돌면서 땅이 갈비뼈나 무릎 근처까지 파헤쳐질 정도로 춤을 추었다.”


신목의 주위를 돌면서 신의 뜻을 받는 의식은 북방 샤머니즘에서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강신무들이 신을 받을 때 왼쪽으로 도는 것과 비슷한 것이지요. 또 강강수월래를 그런 상징 행위의 하나로 해석하는 분들도 있고요.

이 사건은 몽골 역사에서 13차 전투로 불리는데, 몽골부와 타타르부가 13번 전쟁을 했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죠. 결과는 몽골이 용맹 분전했으나 패배로 끝납니다. 그러자 코톨라의 능력에 의구심을 품은 암바카이측의 타이치오트 씨족과 내분이 생겨 몽골부족은 다시 해체되죠.

몽골부족이 붕괴되자 전체 몽골고원의 질서가 다시 무너집니다. 서로 무리를 지어 적과 친족, 동지를 가리지 않고 물어뜯는 늑대들의 싸움터로 변하죠. 금나라가 바라던 대로 된 것이죠. 여기에 더해 금나라는 나치스의 유태인 학살과 같은 인종 청소정책을 실시합니다. 3년마다 군대를 동원해 몽골의 남자들을 무차별하게 잡아 죽이고 여자나 어린이는 굴비처럼 엮어 중원의 농가에 노비로 팔아버리죠.

이때 상황을 몽골비사는 이렇게 전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별을 가진 하늘도 돌고 있었다.

모든 나라가 우리를 배반했다.

침대 위로 들어가 자지도 못하고 서로 노략질했다.

푸른 물로 덮힌 대지도 구르고 있었다.

온 나라가 서로 다투고 있었다.

이불 속에 들어가 눕지도 못하고 서로 공격했다.“

진정한 영웅은 난세에 태어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몽골의 여러 씨족 중에서 암바카이칸의 타이치오트 씨족과 카불칸의 키야트 씨족이 가장 세력이 강대했습니다. 다른 씨족보다 규모가 10여 배 크고 독립적인 무력집단을 20여개나 갖고 있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칭기즈칸의 아버지 예수게이였습니다.


예수게이는 몽골의 초대 칸인 카불칸의 둘째 아들인 바르탐의 셋째 아들이니까 카불칸의 손자였죠. 이 사람은 전투도 잘했지만 특히 대화와 타협에 능했습니다. 앙숙인 타이치오트 씨족에서 가장 강한 무력을 갖고 있는 타르코타이 키릴토크와 동맹을 맺어 몽골 부족의 주도권을 잡았습니다. 또 당시 몽골고원의 최강자인 케레이트 부족의 옹칸이 숙부의 쿠데타로 위험에 빠졌을 때 그를 도와 안다의 맹약을 맺어 말하자면 전체 몽골고원의 떠오르는 실세 중 하나였습니다.

이쯤에서 생소한 여러 부족 이름이 나오니까 먼저 칭기즈칸이 태어날 무렵 당시 몽골고원의 형세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그래야 맥락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겠죠.

당시 몽골고원에서 기억해야 할 부족은 딱 6개 부족입니다. 가장 강한 세력은 케레이트 족의 옹칸이었습니다. 위치도 몽골고원의 한가운데였지요. 그리고 북쪽 삼림지역에 수렵을 주로 하는 메르키드족, 서쪽 알타이산맥 지역에 나이만족, 동쪽에 몽골족과 타타르족. 이들 다섯이 강한 세력이었지요. 또 하나 만리장성 바로 북쪽에 옹기라트족이 있었는데 무력은 약했지만 여자들이 미인이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세력과 혼맥을 맺어 부족을 유지하고 있었죠.

몽골족은 말씀드렸듯이 타이치오트씨족과 키야트씨족으로 분열되어 있었고, 또 동북쪽에 자다라트족(훗날 칭기즈칸의 최대 경쟁자인 자무카가 지휘)이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느 날 예수게이가 오논 강가에서 매사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메르키드족의 귀족인 칠레두가 옹기라트 족의 처녀와 결혼해 신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지도에서 보시는 것처럼 옹기라트에서 메르키드로 가려면 몽골 부를 지나가야 했었지요.

예수게이가 칠레두 일행과 마주쳐 수레에 타고 있는 신부를 보니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급히 집으로 돌아와 네쿤 타이시형과 아우를 불러 와서 칠레두 일행을 습격하죠. 신부를 약탈하려는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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